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2015년 신년사 전문
 글쓴이 : 제주도축구협회
작성일 : 2015-01-05 14:43   조회 : 23,025  
   대한축구협회장 2015 신년사.pdf (114.2K) [22] DATE : 2015-01-05 14:43:49
대한축구협회 신년사
- 축구의 아름다움과 즐거움 그리고 열정과 헌신을 추구하는 근본으로 돌아가자
- 소극적이고 지지만 않으려는 결과중심의 축구문화 바꿔야 한국축구 발전한다
- 대한축구협회와 축구관계자들은 두려움 없는 변화의 첨병이 되자
2015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을미년 청양의 해를 맞아 축구계와 여러분의 가정에도 희망이 넘쳐나길 기원합니다.
많은 축구인들의 노력으로 한국축구는 꾸준한 발전을 이루었고
올해도 아시안컵과 여자월드컵 등 각종 대회에서도
남녀 대표팀의 좋은 성적을 기대해 봅니다.
그러나 국민들의 기대만큼 한국 축구가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는
아직 저도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지난해 한국축구는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했으나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부진으로
심하게 요동쳤습니다.
이 과정을 보면서 축구는 승패가 중요하긴 하지만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우리가 고려하고 준비할 것이 없는지 깊은 성찰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축구의 아름다움과 즐거움 그리고 열정과 헌신이라는 본질은 망각한 채
열매만 바라는 관행에 젖어 있진 않은가’
‘국민들이 브라질월드컵에 실망하고 비난한 것은
16강 진출 실패라는 결과 보다는 한국 축구의 사라진 열정과 무력감 탓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과를 중요시해온 한국의 축구문화는 과정들을 생략하거나 왜곡시켰고
이것이 장기적이고 건전한 축구발전을 저해시키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저는 한국축구가 2002년 월드컵 4강 덕분에 큰 발전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2002년은 이미 10년도 더 지난 과거의 일입니다.
업적을 더 확대 계승시켰어야 할 우리축구는 아직도 결과지향의 구도에 갇혀
빠르게 발전하는 세계축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5년은 변화의 원년이 되어야 합니다.
특히 우리 대한축구협회와 모든 축구 관계자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국축구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동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제가 대한축구협회를 이끌기 시작한지도 벌써 2년이 흘렀습니다.
한국축구의 현안을 살피고, 우리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해외 각국으로 돌고 배우며
한국 축구의 위상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협회와 가맹단체의 모든 임직원들이 다방면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축구와 축구행정의 위상은
사회 구성원들의 기대와는 아직 거리가 멀다는 것을 뼈저리게 인정해야 합니다.
저는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 부임 후 대화를 나누다가 부끄러운 적이 있었습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축구의 포메이션, 체력, 기술 등
물리적인 경기력을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선수들이 실수를 두려워하고 수동적이라는 정신적인 문제점을
제일 큰 약점으로 꼬집었습니다.
이방인의 눈에 비친 한국 축구에 대한 평가가 객관적이고 준엄할 수 있습니다.
최근 우리축구의 특징은 수비 지향적이고,
승리보다는 지지 않으면 된다는 소극적이고 재미없는 경기운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결과 중심의 우리 축구환경과 교육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병폐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축구의 즐거움, 열정과 아름다움이 사라지면서
팬들도 운동장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축구협회를 비롯한 각 연맹 등 축구행정의 주체들도
결과 위주의 환경을 조장해오지 않았는지 반성하고 스스로 바뀌어야 합니다.
각종 축구관련 단체들은 자신의 이해보다는 한국 축구의 공동선을
먼저 생각하기 바랍니다.
축구의 대외적인 환경은 갈수록 첨예해 지는데 내부의 이익다툼으로
스스로 축구 위상을 떨어뜨리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한국축구의 변화와 도약을 위해 올해 대한축구협회는 아래 사항을 중점적으로 다뤄
체질개선의 노력을 하겠습니다.
첫째, 각급 대표팀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 제도개선에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성인 남자대표팀 뿐만이 아니라 캐나다월드컵을 앞둔 여자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에 대한 평가전을 확대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특히 여자축구에 대한 예산을 대폭 늘려 캐나다월드컵 등 각종 대회를 준비하고
국내의 저변확대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둘째, 경기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심판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이원화된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 심판의 통합을 추진하겠습니다.
심판 일원화의 첫 단계로 프로축구연맹 심판위원장을
축구협회의 심판부위원장에 임명하는 등 직접 소통시스템을 구축하겠습니다.
그리고 프로축구를 담당하는 심판인력을 대폭 확대해
공정한 경쟁과 고과에 따른 확실한 차등정책을 실현하겠습니다.
심판이 바로 서야 모든 팀들과 선수들이
피해의식 없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됩니다.
심판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만큼 건전한 경기운영을 방해하는
어떤 욕설이나 경기진행을 방해하는 감독, 학부모, 관중들의 행동에도
단호히 대응 하겠습니다.
셋째, 프로축구 클래식과 챌린지리그에만 도입된 승강제를 하부리그까지 확대하겠습니다.
내셔널리그와 K3리그 팀들도 노력하고 투자한 만큼
프로 최상위 리그까지 진출이 가능하도록
축구의 물줄기가 제대로 흐르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시행 중인 프로축구 1, 2부에 이어
올해는 이를 뒷받침하는 엘리트 아마추어 축구리그인 하부리그의 기준을 만들어
승강제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보완하겠습니다.
넷째, 유소년 축구에 대한 투자도 지속하겠습니다.
골든에이지 등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과 학부모아카데미, 초중고 주말리그 등을
더욱 효율적이고 내실 있게 운영해 한국축구의 뿌리인 유소년축구를 발전시키겠습니다.
특히 2년째를 맞는 골든에이지는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더 개선된 프로그램으로 진화할 예정입니다.
각급 연령별 대회는 좀더 적극적이고 활발한 경기운영을 위한
경기규칙과 심판운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습니다.
아마 이 네 가지 모두 올해의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두렵지 않습니다.
축구의 열정이 있고 적극적인 사고가 있다면 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 동안 한국축구를 위해 노력해 온 여러분의 재능과 헌신이
이러한 변화를 주도할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축구가족 여러분,
새해에는 우리부터 축구의 아름다움과 열정을 추구하는
근본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이것이 한국축구 재도약의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한 해 동안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주신
여러분들의 노고에 다시 한번 감사 드리며,
2015년에도 한국 축구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 주역으로
더 행복하고 보람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